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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이슈는 역시 특금법이라 할 수 있다. 특금법은 오랜 기간동안 뜸을 들였고, 이제 약속의 9월이 다 되었다. 가상자사산사업자라면 9월 24일까지 신고서를 제출해야 거래소 영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공문에 오타가 보이면 왜 지적하고 싶을까 (출처 : https://www.fsc.go.kr/no010101/76392  )

 

특금법 시행 시기는 다가오는데, 이로 인해 거래소의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최종 고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기사들도 많이 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 : 가상자산 거래소 폐업 대비해 코인·예치금 서둘러 인출해야

금융위는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받지 못한 사업자는 폐업 가능성이 크므로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라고 권고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폐업·영업중단 시 기획파산 등으로 예치금·가상자산을 돌려받기 어렵거나 반환청구소송을 할 경우 장기간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고 계획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선제적으로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9월 초에는 거의 모든 거래소가 이런 위험에 처해있었다. 오직 업비트만 8월 20일 신고서를 제출하였고, 실명계좌가 있던 빗썸, 코인원, 코빗 조차 은행의 실명계좌 연장과 관련해서 난항을 겪고 있었기 때문. 지금 시점에 4대 거래소는 특금법 신고가 무난할 것이라 여겨진다.

 

반면, 이미 특금법 신고를 포기하고 폐업에 들어간 거래소도 있고, 원화 마켓을 포기해서 영업을 지속하려는 거래소도 있다. 특금법 신고가 수리될때 까지만 원화 마켓을 임시로 중지한 거래소도 있다.

 

거래소가 특금법 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어, 거래소에서 뱅크런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사실 4대 거래소가 신고 안될것 같은 조짐이 보이던 8월 중순 즈음에 해보던 생각인데, 한번 시나리오를 써보기로 한다.

 

(참고로 뱅크런이란 용어는 은행에 예치한 고객들이 예치금을 일시에 찾으러 몰리는 현상을 뜻한다. 다음 브런치글 - 모든 사람이 은행에 맡긴 돈을 동시에 찾는다면? 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머지포인트의 뱅크런 사태

최근 뱅크런 비슷하게 발생한 사건이 있다. 바로 머지포인트 사태. 이 사건은 아직 진행중이며 그 경과는 나무위키쪽에 어느정도 정리되어 있다.

 

그래도 간단히 요약해보면:

 

  1. 머지포인트는 소셜커머스등에서 20% 저렴하게 (10만원권을 보통 8만원정도에 판매함) 판매하는 포인트. 높은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사용처가 꽤 다양하였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카페, 식당, 대형마트까지...) 그래서 사람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의심하면서도 할인율에 이용하게 되는... 그래도 1~2년 이상 유지되던 서비스
  2. 그런데 최근 확인해보니 선불전자금융업에 등록이 안되어있네? → 머지포인트: 알았어, 일단 사용처 대폭 축소할께. 그래서 가맹처의 8~90%를 한순간에 없앴음 (관련기사 : 머지포인트 서비스 축소 '패닉'···"법률 검토 나올때까지" )
  3. 사용자들: 가맹처 대폭 없어졌으니 문제 아니야? 아니 비즈니스 모델도 의심스러웠는데 이제 본격 먹튀하는거지? 어서 환불해줘 = 뱅크런 시작
  4. 머지포인트: 환불을 원하면 실 결제금액 기준의 90%를 환불해 주겠다. 너네 대부분 20% 할인해서 샀으니 80%*90%=액면의 72%정도 환불 해줄께
  5. 그래서 온라인으로 환불 신청도 받고... 오프라인으로 찾아가기도 하고... 일부는 환불되기도 하고... (진행중)

어찌보면 가장 현명한 사람들

궁금한 부분은 환불 가능한 자금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머지포인트의 경우 애초에 20% 이상 싸게 구매하는 포인트이기에, 실제 1포인트의 가치는 0.8원에 못미친다. 각종 운영비를 생각할때 가치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1포인트 = 1원을 환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연 포인트를 판매하면서 쌓은 자금이 현재 얼마의 비율로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기사 인터뷰(한국일보: 머지포인트 대표 "사기극 아니다... 4개월 내 복구, 수입차는 직원 복지용")에서 머지포인트는 이런 대답을 한다.

Q. 환불 자금은 충분한가. 누적 적자가 700억 원이라고 하는데
A. 이 700억 원은 4년간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아간 20%가 장부에 부채로 잡혀 있는 형태다. 방만한 경영이 아니었다. 현재 보유현금 및 유동 채권은 은행의 지급준비금 기준 3배 수준이다.

보유현금 및 채권등을 다 합하면 은행 지급준비금의 3배에 달하는 만큼이 있다는 것인데, 풀어 말하면 전체 금액의 20%정도만 있다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은행 지급준비율은 7%이다.

 

 

지급준비율?

한국은행 : 지급준비제도

지급준비제도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지급준비금 적립대상 채무의 일정비율(지급준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조정하여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을 변화시킴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고 금융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은행들은 더 많은 자금을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 취급이나 유가증권 매입 여력이 축소되고 결국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게 되고, 과도한 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불안 가능성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에서 지정한 지급준비율은 7% 정도이다.

 

즉, 어떤 은행이 1억원의 돈을 예치받았으면, 7%에 해당하는 700만원은 은행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머지 9300만원은 대출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 돈을 대출받은 다른 은행이 있다면, 이 역시 지급준비율 7%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하고서는 다시 투자에 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이렇게 적은 예치금으로 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

 

거대한 사채업을 하는 은행들... 그래도 은행은 "제도권"에 속해 있고, 많은 규제가 은행을 감시하고 있다. 그래서 은행에 예치한 자금은 일반적으로 먹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전 자산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일시에 은행에 예치금 지급을 요구한다면?... 아무리 은행이라도 뱅크런에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거래소의 지급준비금

그럼 가상자산거래소의 지급준비금은 어떨까. 과거엔 그런게 없었던것 같다. 그냥 신뢰에 의한 매매를 했다.

 

0위 : 코인거래소 - 너네 자금은 우리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어.

 

요즘에 와선, 가상자산거래소의 장부와 현재 자산 보유량의 비교는 외감 재무실사 정도를 믿는 것 밖에 없다. 예를들어 빗썸의 경우 (매각등을 위해)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재무감사를 받아왔고, 코인이 흥하던 2018년 즈음에선 거래소들의 매출이 크게 상승하여 외감 대상 법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투명한 운영을 보여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회계법인등에게 감사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재무 실사라는 것은 자산 형태/수량/확인 방법은 거래소에서 제공하고, 회계법인에서는 실제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성을 이용해 속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대외적으로 그나마 공신력이 있는 자료는 이것 정도 뿐이다.

 

외감대상 회사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https://dart.fss.or.kr/) 에서 감사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가상자산의 경우, 위탁받은 코인 수량과 자사 보유중인 코인 수량등을 별도로 확인할 수 있다.

 

 

거래소에서도 투명성 차원에서 이를 종종 공지하는데, 몇개를 살펴보면:

후오비코리아 : [안내] 거래소 가상자산 및 예치금 실사 보고서 결과 공개 (2021년 8월 13일 기준)

● 거래소 내 가상자산 실사 결과, 후오비코리아는 고객에 대하여 지급할 가상자산 대비 원화 환산 금액 기준으로 약 101.91%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거래소 내 예금 실사 결과, 후오비코리아는 고객에 대하여 지급할 원화 대비 100.93%의 원화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업비트 : [안내] 디지털 자산 및 예금 실사 보고서 결과 공개 (2021년 7월 1일 기준)

● 디지털 자산실사 결과, 업비트는 고객에 대하여 지급할 디지털 자산 대비 금액 기준으로 약 100.99%의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예금 실사 결과, 업비트는 고객에 대하여 지급할 금전 대비 128.23%의 금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거래소에서 디지털 자산의 보유비율은 장부대비 100% 이상, 원화 역시 장부 대비 100% 이상 보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객이 거래소에 원화 및 코인을 입금하는 이유는 거래 편의를 위해서이지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위탁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무단 유용에 해당한다.

 

그리고 거래소 내부에서 (원화마켓이든 코인마켓이든 상관 없이) 거래량이 얼마가 되든 거래소 내의 코인/원화 보유량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거래는 회원들 끼리 사고 파는 것이므로, 코인의 시세가 비싸든지 싸든지 상관 없이 거래소 내부의 자금 총량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오직 거래 시 발생하는 거래수수료(통상 거래금액의 0.05~0.2%)만 고객으로부터 거래소가 가져가는 유일한 수입이다. (파는쪽/사는쪽에 대해 각각 가져간다.)

 

그래서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 원화가 장부의 100%에 못미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자금이 없어서 입출금이 안된다는 것은, 보유하는 원화/코인을 거래소에서 임의로 사용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많은 잡거래소에서 예치금을 지돈 쓰듯이...

 

거래소에 입금하는 순간부터 장부와 실제 보유 자금이 차이나는 놀라운 거래소

 

만약 거래소에서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아래의 시나리오는 장부 대비 자산 비율이 100%를 넘는 거래소를 기준으로 예상해 본 것이다. (사실 유보 자산이 100%가 안된 곳에서는 뱅크런이고 뭐고 당장 나오는게 좋다. 물론... 늦었을 수도 있다;) 특금법 신고를 못해서 거래소 운영을 또는 원화마켓 운영을 더이상 할 수 없다고 할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보자.

 

예상1) 거래소의 고객들이 거래소에 예치되어 있는 모든 원화와 모든 코인에 대해 그대로 인출을 요구한다.

즉 BTC, XRP, DOGE등의 자산이 있을 때, 모든 자산을 팔지 않고 인출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추가로 사고 파는 행위가 없으므로 거래소 내의 시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또한 장부상의 원화와 코인에 대한 보유량이 100% 이상일 것이므로 모두 출금이 가능해야 한다.

 

다만, 전산상 출금처리하는 부분에 부하가 걸릴 수는 있다. 만약 원화/코인 출금에 사람이 직접 승인하는 프로세스가 포함된다면 이 부하는 더 심해질 수 있다. 다만, 이것은 시간상 문제이지, 그 이상의 문제가 있어서는 안된다. 시간상 문제라 해도 기껏해야 수일 내로 처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예상2) 거래소의 고객들이 거래소에 예치되어 있는 코인을 팔거나 다른 코인으로 바꾸어 인출을 요구한다.

예를들어 원화마켓 위주의 거래소가 영업을 중단한다고 했을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거래소의 디지털자산을 원화로 판매하여 원화 인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고객이 BTC, XRP, DOGE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거래소가 망할것 같다고 판단한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BTC/KRW마켓, XRP/KRW마켓, DOGE/KRW마켓등에서 코인을 판매할 것이다. 그럼 해당 마켓의 시세는 순간적으로 폭락한다. 원화가 기준 통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원화로 바꾸길 원하므로 원화 강세가 된다.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코인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코인의 시세가 폭락하면 고객은 더 거래소가 망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이들이 BTC, XRP, DOGE를 팔아서 시세 하락은 시너지를 얻는다. 코인 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마음 깊은 곳에는 코인이 디지털 쓰레기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뱅크런이 무서운 이유는 뱅크런 현상이 눈덩이처럼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은행이 망할것 같아도 뱅크런 없이 순서를 기다리거나 시간을 갖고 정확하게 배분을 요구하면 모두가 받을 수 있는 총합이 더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뱅크런은 말그대로 고객이 은행으도 RUN한다; 머지포인트 사태도 일단 오프라인으로 RUN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자금 반환이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성에서는 받을 수 있는 정도라도 받자는 마음이 앞설 수 있다.

 

보통 한 거래소에서 급락이 나와도 다른 거래소들과 시세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시세는 점차 비슷해진다. 그 이유는 원화/코인의 입출금이 되고, 흔히 말하는 재정봇이나 보따리들이 코인을 사고 팔아 거래소들의 코인 시세를 비슷하게 맞춰놓기 때문이다. 코인 시세가 폭락할 경우 발빠른 이들은 원화를 입금하여 코인을 산다. 코인 시세가 폭등할 경우 코인을 입금하여 해당 코인을 판다.

 

하지만 이들 입출금의 일부가 막힌다면? 특히 원화 입금이 막힐 수 있는데, 원화 강세인 상황에서 원화 입금이 막힐 경우, 원화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코인의 가치는 더 낮아지다.

 

 

실제 사례

거래소가 폐업으로 인해 같은 원화마켓 기준으로 외부와 시세차이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시세가 크게 그리고 오래 차이가 났었던 거래소는 코인레일, 코인제스트 정도가 생각난다. (이 경우는 좀 극단적이긴 했으나...)

 

최근엔 후오비코리아가 원화마켓을 잠정 중단한다는 공지를 냈다. 후오비코리아의 경우 신고 기간 내에 실명계좌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 일주일전 공지를 통해 원화 마켓을 중단을 발표한 것 같다.

 

 

그리고 아래 스크린샷은 업비트와 후오비코리아의 시세를 같은 시각(2021-09-20 01:00)에 비교해 본 것이다.

 

왼쪽이 업비트, 오른쪽이 후오비코리아

 

후오비코리아가 업비트 대비 1.5~1.9%의 역프가 발생했다. 참고로 거래소간 프리미엄이 발생해도 거래소 내 코인들의 프리미엄은 거의 없다. (김치 프리미엄때와 같다. 관련글 : 김치 프리미엄에 대해 알아보자)

 

 

결론

믿을만한 거래소에서 뱅크런이 일어난다면? 아마 코인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p.s. 요새 커뮤니티 활동(오픈채팅방/텔레그램)은 바빠서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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